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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1987> 리뷰 (비극에서 비롯된 진실의 시작, 민주화를 향한 다양한 인물들의 목소리, 민주주의의 교훈)

by win11 2025. 8. 24.

영화 '1987' 포스터
출처 : 나무위키 (영화 '1987' 포스터)

장준환 감독의 영화 ‘1987’은 한국 현대사에서 가장 격동적인 순간 중 하나였던 1987년 6월 민주항쟁을 다룬 작품입니다. 단순히 과거 사건을 재현하는 데 그치지 않고, 권력에 맞서 진실을 지키고자 했던 수많은 사람들의 작은 용기와 희생이 어떻게 거대한 변화를 만들어냈는지를 생생하게 보여줍니다. 당대의 권력 구조와 은폐 시도, 그리고 그 속에서 꺾이지 않은 인간의 신념과 각오를 사실적이고 적나라하게 담아내며, 오늘날에도 여전히 기억을 하게 만드는 작품입니다.

 

비극에서 비롯된 진실의 시작

영화의 이야기는 1987년 초 서울대생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에서 출발합니다. 당시 경찰은 민주화 운동에 가담한 학생을 색출하기 위해 박종철을 연행했고, 심문 과정에서 가혹한 고문을 가하였습니다. 결국 그는 차디찬 조사실에서 숨을 거두었고, 경찰은 "책상을 탁 치니 억 하고 죽었다"라는 허무맹랑한 해명으로 사건을 은폐하고, 진실을 숨기려고 합니다. 그러나 진실은 생각보다 쉽게 가려지지 않았습니다. 검찰, 언론, 의사, 교도관 등 각기 다른 위치에 있었던 인물들이 자신이 맡은 자리에서 작은 균열을 만들어 냅니다. 특히 진실을 감추라는 상부의 압력에도 불구하고, 기록을 조작하지 않고 사실을 밝히려 했던 의인들의 행동은 영화의 서사를 긴장감 있게 이끌어갑니다. 단순한 ‘영웅 이야기’가 아니라, 이름 없는 수많은 이들의 선택과 용기가 모여 결국 하나의 진실이 세상에 드러났음을 강조하는 방식은 영화의 가장 큰 미덕이라 할 수 있습니다. 또한 영화는 당시 권력 기관이 어떤 방식으로 사건을 덮으려 했는지를 매우 사실적으로 묘사합니다. 증거를 조작하고, 언론을 통제하며, 심지어 내부 관계자들에게까지 입단속을 시도하는 모습은 철저히 권력에 의해 지배되던 시대의 암울함을 여실히 보여줍니다. 그러나 바로 그러한 억압적 상황이었기에, 더 많은 시민들이 분노하고 거리로 나설 수밖에 없었다는 사실이 극명하게 드러납니다.

 

민주화를 향한 다양한 인물들의 목소리

‘1987’의 뛰어난 점은 한 명의 주인공이 아닌, 다양한 인물들의 목소리를 교차시키며 역사를 재현한다는 점입니다. 김윤석이 연기한 박처장, 하정우가 연기한 최검사, 유해진의 교도관 한병용, 김태리의 대학생 연희 등 각 인물들은 서로 다른 위치에서 사건을 바라보지만, 결국 같은 진실을 향해 나아갑니다. 하정우가 맡은 최검사는 권력의 압박에도 불구하고 사건의 진실을 외부에 흘리는 인물로 등장합니다. 그는 권력의 부속품처럼 보이지만, 결국 체제 안에서 균열을 만들어내는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유해진의 한병용은 현실의 무게에 짓눌린 평범한 소시민처럼 보이지만, 양심을 저버릴 수 없어 옥중서신을 외부로 전달하며 역사의 중요한 고리를 이어줍니다. 김태리가 연기한 대학생 연희는 처음에는 사회 문제에 무관심했지만, 사건의 진실과 사람들의 희생을 가까이서 목격하며 점차 깨어나게 됩니다. 이처럼 ‘1987’은 특정 영웅의 이야기가 아니라, 평범한 사람들이 모여 시대를 바꿨다는 사실을 설득력 있게 그려냅니다. 배우들의 연기 역시 영화의 몰입도를 높입니다. 김윤석은 권력에 철저히 복무하는 냉혹한 경찰 간부의 면모를, 유해진은 인간적 갈등 속에서도 양심을 택하는 평범한 인물을 섬세하게 그려냅니다. 특히 김태리는 신인다운 신선한 에너지로 시대의 각성을 상징하며, 관객에게 당시 청년 세대가 겪었던 감정을 생생히 전해줍니다. 이렇듯 다층적인 인물과 배우들의 호연은 관객으로 하여금 1987년의 공기를 더욱 실감나게 느끼도록 만듭니다. 결국 이 영화는 역사적 사건을 단순히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개개인의 작은 선택들이 모여 어떻게 민주화를 이끌었는지를 치밀하게 보여줍니다. 이는 곧 민주주의가 특정 지도자만의 성취가 아니라, 수많은 보통 사람들의 연대와 행동에서 비롯되었다는 점을 분명히 환기시킵니다.

 

민주주의의 교훈

‘1987’은 과거를 다루고 있지만, 단순한 회고에 머무르지 않습니다. 영화가 전달하는 메시지는 지금 이 순간에도 유효합니다. 진실을 은폐하려는 권력, 그 권력 앞에서 양심과 안전 사이에서 고민하는 개인들, 그리고 결국 연대하여 역사를 바꿔내는 시민들의 힘은 특정 시대에만 국한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 영화는 민주주의가 결코 한 번의 사건이나 투쟁으로 완성되는 것이 아님을 일깨워줍니다. 박종철의 죽음, 그리고 이어진 이한열 열사의 희생까지 이어진 연쇄적 사건들은, 자유와 권리를 지키기 위해 얼마나 많은 피와 눈물이 필요했는지를 상기시킵니다. 그렇기에 관객은 영화를 보고 난 뒤 단순히 과거를 추억하는 것이 아니라, 지금 우리가 누리고 있는 민주적 가치가 얼마나 값진 희생 위에 세워졌는지를 되돌아보게 됩니다. 또한 ‘1987’은 영화적 완성도 측면에서도 뛰어난 작품입니다. 긴장감 넘치는 편집과 당시 시대상을 사실적으로 재현한 미장센, 그리고 균형 잡힌 시선은 단순한 역사 재현을 넘어 한 편의 드라마로서 관객을 사로잡습니다. 영화가 끝난 후에도 관객의 가슴 속에는 깊은 울림과 여운이 남으며, "우리는 과연 지금 어떤 선택을 하고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지게 만듭니다. 결국 ‘1987’은 한국 민주주의의 중요한 이정표를 영화라는 예술로 담아낸 작품입니다. 이는 단지 역사적 사건을 그린 영화가 아니라, 인간의 존엄과 자유를 지키려는 의지가 사람들의 마음속에서 용기로 발현되었고 그 결과, 얼마나 위대한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증거라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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