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에 개봉한 김성훈 감독의 영화 ‘터널’은 배우 하정우와 배두나가 주연을 맡은 작품으로, 단순한 재난 상황 묘사를 넘어 인간성, 언론, 정부 시스템의 실체를 깊이 있게 다루고 있습니다. 터널 붕괴라는 단일 사건을 배경으로, 한 사람의 생존 투쟁과 그를 둘러싼 사회의 민낯이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이 영화는, 재난이 단지 물리적 사고만이 아님을 보여주는 중요한 메시지를 담고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영화의 줄거리와 함께 핵심 메시지 및 교훈을 중심으로 리뷰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재난을 통한 고찰
영화 ‘터널’은 단지 화려한 재난 상황의 시각적 묘사나 극적인 탈출극에 의존하는 전형적인 재난영화의 틀을 벗어나, 사회 시스템의 작동 방식과 인간 본성의 민낯을 드러내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영화는 터널 붕괴라는 현실에서 충분히 발생 가능한 사고를 통해, 단순한 피해자 구출 이상의 깊은 사회적 질문을 제기합니다. 주인공 정수는 출장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던 중 갓 개통된 터널에서 붕괴 사고를 겪고 매몰됩니다. 그가 가진 것은 휴대전화, 생수 두 병, 딸의 생일 케이크 하나뿐입니다. 정수는 본능적인 생존 의지를 바탕으로 구조를 기다리며, 점차 줄어드는 희망과 싸워 나갑니다. 하지만 영화의 무게감은 정수의 생존 투쟁보다도 그를 둘러싼 외부 세계에서 비롯됩니다. 언론은 자극적인 보도로 국민의 관심을 끌고, 정부는 보여주기식 구조와 정치적 셈법에 따라 대응합니다. 구조 책임자인 대경은 인간적인 책임감과 제도적 한계 사이에서 고뇌하며, 정수의 아내 세현은 점점 무관심해지는 세상과 싸워야 합니다. 이러한 전개를 통해 영화는 ‘한 인간의 생명이 사회 시스템 안에서 어떻게 다뤄지는가’라는 본질적인 질문을 제기합니다. 터널은 단순한 매몰의 공간이 아니라, 시스템과 책임, 그리고 인간 존엄성이 시험대에 오르는 공간으로 기능합니다. 이러한 배경 속에서 영화는 현실에 뿌리를 둔 사회 고발적 메시지를 진중하게 전달하고 있습니다.
줄거리 요약
영화의 줄거리는 비교적 단순하지만, 그 안에 담긴 메시지는 결코 단순하지 않습니다. 자동차를 운전하던 정수는 새로 개통된 하도 터널을 통과하던 중, 구조물 붕괴로 인해 차량과 함께 매몰됩니다. 사고 초기에는 언론과 정부, 구조대가 빠르게 대응하는 듯 보이지만, 구조가 장기화되면서 상황은 급변합니다. 처음에는 ‘기적의 생환’을 기대하며 전국적 관심이 집중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여론은 피로감을 느끼고, 정부는 구조에 드는 예산과 시간, 향후 공사 재개에 대한 손익 계산을 하기 시작합니다. 실제로 영화 속에서는 “한 명의 생명을 위해 수십억 원을 들일 수 있는가”라는 비인간적인 발언도 등장하며, 시스템이 인간 생명을 어떻게 다루는지를 여실히 보여줍니다. 한편 구조팀장 대경은 마지막까지 책임감을 가지고 구조를 시도하지만, 예산 부족과 윗선의 압박으로 인해 구조 작업은 반복적으로 중단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현실과 싸우며 정수의 생존을 포기하지 않습니다. 정수의 아내 세현은 남편이 생존해 있다는 확신을 가지고 언론과 정부를 상대로 싸움을 이어갑니다. 하지만 점차 여론은 다른 이슈로 눈을 돌리고, 그녀의 외침은 외면당합니다. 이 과정에서 관객은, 재난 속에서 ‘고립된 것은 정수 혼자만이 아니다’라는 사실을 깨닫게 됩니다. 결국 정수는 터널 안에서 고립된 지 수십 일이 지나서야 구조됩니다. 그러나 이 영화는 해피엔딩으로 끝나지 않습니다. 오히려 살아남은 정수의 모습보다, 구조 과정에서 드러난 사회의 이기심과 무능이 더욱 강한 인상을 남깁니다. 이것이 영화 ‘터널’이 재난을 통해 전하고자 하는 본질적 메시지입니다.
교훈
영화 ‘터널’은 단순한 극적인 생존 이야기로 기억되기보다는, 깊은 사회적 질문을 던지는 작품으로 평가받아야 합니다. 가장 중요한 교훈은 “한 생명의 가치는 과연 얼마인가”라는 근본적인 물음입니다. 영화는 이를 정부, 언론, 기업, 구조대 등 다양한 시선으로 조명하면서, 인간의 존엄성이 어떻게 시스템 속에서 소외되고 저울질되는지를 보여줍니다. 정수의 고립과 생존은 육체적 투쟁이자 사회적 무관심과의 싸움이었습니다. 그리고 그러한 상황 속에서도 일부 인물들이 끝까지 인간다움을 지켜냈기에 그는 생존할 수 있었습니다. 영화는 바로 이러한 인간성의 존재와 그 중요성을 강조합니다. 또한 영화는 재난이 단지 물리적 사건이 아니라 사회 전체의 윤리와 시스템을 시험하는 장치임을 강조합니다. 이는 단지 영화 속 이야기만이 아니라 현실 속에서도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는 문제이기 때문에 더욱 큰 울림을 줍니다. ‘터널’은 우리 사회에 구조 시스템의 역할과 한계를 되돌아보게 하고, 재난 속 인간 존엄성의 의미를 되묻는 작품입니다.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현실 속에서도 이러한 질문은 여전히 유효하며, 결코 가볍게 넘길 수 없는 무게를 지닙니다. 결국 이 영화는 관객 각자에게 “만약 그 상황이 나였다면?”이라는 질문을 남기며, 깊은 여운과 성찰을 유도합니다.